상간소송 타인 간 대화 녹음과 사진의 증거능력
상간자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려는 분들이 상담에서 자주 물으시는 것이 “배우자 차에 녹음기를 두었는데 녹음파일을 증거로 쓸 수 있나요?” “배우자 휴대전화의 메시지를 찍어 두었는데, 증거로 낼 수 있나요?”입니다. 올해 4월 대법원이 이 두 가지를 나누어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 자신이 대화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남의 대화를 녹음한 것은 민사소송에서도 증거로 쓸 수 없고, 휴대전화를 찍은 사진은 사정에 따라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이 판례의 요지입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 증거를 모은 사람은 두 행위 모두로 형사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사건의 경위
원고와 그 배우자는 2005. 5. 4. 혼인신고를 한 부부였습니다. 배우자는 2021. 6. 3. 원고를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하였고, 조정이 성립하지 않아 2021. 9. 16. 이혼소송으로 넘어갔습니다.
이혼소송 중이던 2021. 9.경부터 11월경까지 원고는 배우자 모르게 차량에 녹음기를 설치해 배우자와 피고 두 사람 등이 나눈 대화를 녹음하고, 배우자의 휴대전화에 있던 문자메시지와 사진, 동영상 등을 자기 휴대전화로 촬영하였습니다. 원고는 녹음한 행위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 촬영한 행위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의 유죄판결을 각각 받았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는 2022. 1. 26. 피고들 세 사람이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하였다며 위자료를 청구하였고, 녹음 파일과 녹취록, 휴대전화를 찍은 사진 등을 증거로 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타인의 대화비밀 침해금지) ①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
②제4조 내지 제8조, 제9조제1항 전단 및 제3항, 제9조의2, 제11조제1항ㆍ제3항ㆍ제4항 및 제12조의 규정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녹음 또는 청취에 관하여 이를 적용한다.
제4조(불법검열에 의한 우편물의 내용과 불법감청에 의한 전기통신내용의 증거사용 금지)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법검열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그 내용 및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제4조에는 우편물과 전기통신만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법 제14조 제2항이 제4조를 남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어서, 남의 대화를 녹음한 것도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원심의 판단 — 녹음과 사진을 모두 증거로 삼아 위자료 인정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은 녹음 파일·녹취록과 사진을 모두 증거로 채택하여 피고들이 각각 원고의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고, 피고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녹음은 증거능력 없음, 위자료 결론은 유지
대법원은 녹음 파일과 녹취록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증거능력이란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 자격을 말합니다.
사진은 정보통신망법 제49조를 위반하여 모은 것인데, 대법원은 이렇게 모은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이 어느 법령에도 따로 없다고 보고, 이런 경우의 법리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민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면서(제202조), 형사소송법과 달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통신비밀보호법과 같이 개별 법령에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가 아닌 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하여 민사소송에서의 증거능력이 일률적으로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증거를 받아들일지는 상대방의 인격적 이익과 진실 발견의 가치를 사건마다 견주어 정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배우자의 이혼 청구에 대응하려고 사진을 모은 것으로 보이는 점, 촬영 당시 법률상 부부로 동거하던 것으로 보이고 함께 사는 집 안에서 찍은 점, 사생활이나 인격적 이익이 중대하게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혼소송 중이어서 증거 확보가 급했고 적법하게 모은 다른 증거로 증명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이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녹음 증거에 관한 원심의 이유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 사진 등을 근거로 부정행위와 위자료 지급의무를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무엇을 알아 두어야 할까
대화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남의 대화를 녹음한 것은 민사소송에서도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배우자 휴대전화를 찍은 사진은 증거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사건마다 판단이 갈립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혼소송 중이었던 점, 함께 사는 집 안에서 찍은 점, 다른 적법한 증거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점 등이 함께 고려되었습니다. 사정이 다르면 결론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증거로 받아들여져도 모은 사람의 형사책임은 따로 남습니다. 현행법상 공개되지 않은 남의 대화를 녹음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에 처해질 수 있고 벌금형이 없으며, 정보통신망법 제49조를 위반하여 타인의 비밀을 침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같은 법 제71조 제1항 제14호)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증거를 모으기 전에 증거수집의 방법부터 불법성이 없는지 따져 보아야 합니다.
상간소송 위자료 청구를 받은 쪽이라면 증거가 어떻게 수집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가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남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면 증거능력이 없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사건처럼 다른 증거로 부정행위가 인정되면 결론이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모아 두신 자료를 재판에 쓸 수 있는지, 그 수집이 형사상 문제가 되지 않는지 따져 보시려면 리윤 법률사무소에 상담을 요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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