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새로운 판례 및 법령

음주운전 운전자 바꿔치기 범인도피방조

음주운전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사고 직후 동승자가 대신 운전석에 앉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이렇게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면 대신 나선 사람은 범인도피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나서겠다고 한 사람이 동승자이고, 운전자는 거기에 응하기만 했다면 어떨까요? 대법원이 올해 6월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문제를 정리하였습니다(대법원 2026. 6. 18. 선고 2025도11170 전원합의체 판결).

사건의 경위

피고인은 2023. 5. 15. 밤 혈중알코올농도 0.097%의 술에 취한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 중이던 앞차를 들이받았습니다. 사고 직후 조수석에 타고 있던 친구가 피고인의 음주운전이 드러날 것을 염려하여 먼저 “내가 운전한 것으로 하겠다”고 제안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이에 응하여 뒷좌석으로 옮겨 앉았고, 친구가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옮겨 탄 다음 친구는 운전석 문으로, 피고인은 조수석 뒷문으로 내렸습니다. 피고인은 보험회사에 전화하여 친구가 운전하였다고 말하였고, 행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도 자신이 운전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경찰관에게 자신이 운전하였다고 말하고 음주감지기 측정에 응하였습니다. 피고인이 실제 운전자라는 사실은, 경찰관이 돌아간 뒤 사고 경위를 이상하게 여긴 보험회사 직원이 두 사람을 추궁하고 수사기관에 신고하면서 드러났습니다.

쟁점 — 스스로 도피하는 것은 처벌하지 않는데

형법 제151조(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①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범인이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이 조문으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범인이 다른 사람에게 허위 자백을 하게 하면 범인도피교사죄가 되고(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20 판결 등),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 허위 자백하는 것을 도우면 범인도피방조죄가 된다고 보아 왔습니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도7647 판결). 스스로 도피하는 범위를 넘어 방어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허위 자백을 먼저 제안한 쪽이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범인이 남의 허위 자백을 돕기만 한 경우(방조)에도 이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8대 5로 기존 판례 유지

다수의견(대법관 8명)은 기존 판례가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자신 대신 처벌받을 사람을 내세우는 것은 통상의 도피와 다르다. 범인이 허위 범인을 수사기관에 내세우면 진범의 존재가 감추어지고 수사 방향 자체가 왜곡됩니다. 도피에 필요한 돈이나 장소를 제공받아 스스로 숨는 것과는 형사사법 작용에 미치는 위험의 정도가 다릅니다.

교사와 방조를 나누어 방조만 처벌하지 않으면 빠져나갈 길이 생긴다. 누가 먼저 허위 자백을 꺼냈는지는 대개 당사자들의 진술로만 가려지고, 그 진술은 나중에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방조를 처벌하지 않으면 실제로는 교사한 사람도 방조로 꾸며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범인이 자신을 위한 타인의 허위 자백 또는 진술을 촉진ㆍ강화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타인의 범인도피 범행을 방조한 행위는 방어권 남용으로 범인도피방조죄에 해당할 수 있다.

피고인은 자리를 바꾸고 경찰관 앞에서 침묵함으로써 친구가 허위로 진술하는 것을 쉽게 해 주었고, 그로 인해 진범의 발견을 방해하여 형사사법 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범인도피방조죄를 인정한 원심을 유지하고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반대의견(대법관 5명)은, 남이 범인을 도피시키는 데 범인이 편승하여 돕는 것은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의 연장선에 있으므로 처벌할 수 없고 판례를 바꿔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이 15~20분 안에 경찰관에게 자신이 운전자라고 밝혔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견에 따라 기존 판례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알아 두실 점

운전자 바꿔치기는 대신 나선 사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운전자가 먼저 부탁하지 않고 동승자의 제안에 응하기만 했더라도 범인도피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분명해졌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음주운전과 범인도피방조가 함께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당황스럽더라도 그 자리에서 사실대로 밝히는 것이 낫습니다. 음주운전 하나로 끝날 일이 수사기관을 속이려 한 일까지 더해지면, 이후 절차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선처를 구하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대신 나서겠다는 동승자 역시 범인도피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음주운전으로 조사를 앞두고 계시거나, 사고 직후의 대응 때문에 추가로 입건되셨다면 리윤 법률사무소와 상담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화 네이버 예약